국립세계문자박물관
국내의 대형설계사무소에서 현상설계로 당선된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인천 송도에 위치하고 있다. 문자가 자리하고 있는 책의 낱장 즉 pages라는 개념으로 계획안이 만들어졌으며, 초기 개념이 굉장히 신박하여 기대가 됐던 작품이다.
두루마리를 닮은 형태
거대한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다는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땅속에 묻힌 채 존재하고 있다. 건물이 묻혀있는 곳을 자연스러운 조경으로 처리하였는데, 송도의 대부분이 고층빌이 많기 때문에 저마다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과는 상반되는 존재감을 갖고 있다.
지상으로 드러난 구조체는 본래의 계획안에 비하여 많이 건조하게 느껴졌다. 많이 갈라진 포장과, 물때가 탄 콘크리트 월. 시공의 디테일과 계획적 분위기가 너무 아쉬웠다.
중심성을 갖는 데스크
건물에 진입하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공간은 바로 데스크 홀이다. 이곳에 자리하고 있는 flow 라는 커다란 데스크는 굉장히 어두운 명도를 가진 오브제이다. 위에 설명이 있긴 하지만, 어두운 명도를 통해 묵직하게 잡아주는 중심성을 통해 질서를 부여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데스크 뒷편으론 다양한 문자들이 나오는 전자 스크린이 있다. 문자라는 것이 대중들에게는 많이 생소할 수 있는 주제이므로, 이곳은 도슨트와 같이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원형의 공간감
둥글게 굴려진 외부의 구조물들은 내부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부드러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 때문에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는 곡선으로 이루어진 공간이 많다.
문자의 역사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라는 타이틀답게, 이곳의 전시는 대부분 문자로 시작해 문자로 끝난다. 쐐기문자, 이집트문자, 라틴문자 등 다양한 문자의 역사와 기원이 전시되어 있다.
문자의 역사와 기원에 대한 내용이 다소 어렵고 생소하기 때문에 설명을 해주시는 도슨트 곁을 바짝 따라붙었다.
알파에서 히읗까지
이 작품은 안상수 작가의 '알파에서 히읗까지' 라는 작품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문자가 존재하고, 그 문자가 다양한 변화를 통해 우리에게 공유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에 의해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는 문자의 장벽을 표현한 작품이다.
알파에서 히읗까지 이어지는 작품의 개념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문자와 삽화, 뒤러와 판화
현재 상설전시에는 뒤러의 삽화들이 전시되고 있다. 문자는 강한 힘을 가지기는 하지만, 그 전달력이 그림이나 삽화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계기로 만들어진 상설전시 문자와 삽화는 문자와 그림의 근본적인 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전시이다.
어린 시절 나는 글보다 그림을 보는 것을 선호했다. 또한 대다수의 어린이용 책들은 글보다 그림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는 아마도 어린 시절에는 글을 이해하기보다는 그림이 더욱 직관적으로 이해가 돼서인 것 같다.
마무리
국내에서 진행된 다수의 건축 프로젝트가 초기 설계자의 의도와 다르게 시공되는 것이 항상 안타까웠는데,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특히 큰 아쉬움이 남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예산적 제한, 물리적 제한 등 다양한 상황에 마주했을 때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 낸 것이겠지만, 첫 설계자의 컨셉과 개념이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인 것 같네요.
방문하시는 분들은 위 정기해설 시간표를 확인하고 가시는 것을 꼭 추천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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